P.20
노동자는 단순한 기계 이외에 다른 아무것도 될 시간이 없다. 인간이 향상하려면 자신의 무식을 항상 기억해야 하는데, 자기가 아는 바를 수시로 사용해야만 하는 그가 어떻게 항상 자신의 무식을 기억할 수 있겠는가?
P.27
우리가 잠시 서로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는 것보다 더 큰 기적이 일어날 수 있을까?
P.44
사람들에게서 옷을 벗겨버렸을 때 어느 정도까지 각자의 상대적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는 흥미로운 문제이다. 그 경우 당신은 가장 존경받는 계급에 속한 일단의 문명인들을 틀림없이 가려낼 수 있겠는가?
P.45
새사람이 없는데 어떻게 몸에 맞는 새 옷이 만들어질 수 있는가? 만약 당신이 어떤 사업을 하려고 한다면 헌 옷을 입고 하라.
우리가 어떤 특별한 방식으로 처신해오고, 일을 해오고 또 항해를 해온 결과 스스로 헌 옷을 걸친 새사람처럼 느끼고, 그래서 더 이상 헌 옷을 계속 입으면 낡은 병에 새 술을 담은 것처럼 느낄 때까지는 말이다.
P.49
사람의 몸에서 일단 벗겨진 옷은 보잘것없고 우스꽝스럽다. 다만 옷을 웃음거리가 되지 않게 하고 성스럽게까지 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그 옷을 입은 사람의 반짝이는 진지한 눈빛과 성실한 삶 때문인 것이다.
P.51
인간은 집이라는 따뜻하고 안락한 장소를 구했던 것인데, 먼저 육신의 따뜻함을, 다음에는 사랑의 따뜻함을 구했던 것이다.
P.62
나는 한때 책상 위에 귀한 석회석 세 조각을 놓아두고 있었는데, 매일 한 번씩 이것들의 먼지를 털어주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는 기겁을 했다. 내 마음속에 있는 가구의 먼지도 아직 다 털어내지 못하고 있는데, 나는 싫은 생각이 들어 이 돌들을 창밖으로 내동댕이쳐 버렸다.
P.82
만약 어떤 학생이 인간에게 필수 불가결한 육체노동을 평생 계획적으로 기피해가며 여가를 얻고 만년에 은퇴 생활에 접어든다면, 그가 얻은 여가는 불명예스럽고 가치 없는 것이며, 이 여가를 유익한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유일한 경험을 스스로 박탈한 것이 된다.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사회가 학생들의 값비싼 놀이에 대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동안 학생들은 인생을 ‘놀듯이 보내거나’ 또는 인생을 ‘공부만 하지’ 말고 처음부터 끝까지 그것을 진지하게 ‘살아’보라는 것이다.
P.84
우리의 발명품들은 흔히 진지한 일로부터 우리의 관심을 빼앗아가는 예쁘장한 장난감일 경우가 많다. 그것들은 ‘개선되지 않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개선된’ 수단에 지나지 않으며, 그 목적이란 기차가 보스턴이나 뉴욕에 쉽게 도착하듯이 이 신발 명품 없이도 너무 쉽게 도달할 수 있는 것들이다.
P.94
내가 얼굴을 붉히지 않고 이처럼 나의 약점을 밝히는 것은 대부분의 독자들도 나와 똑같은 약점을 지니고 있으며 그들의 행적도 활자화하고 보면 더 나을 것이 없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P.108,109
나는 또 사업을 해보았다. 그러나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려면 10년가량 걸리는 데다 그때쯤이면 나는 도덕적으로 파탄의 길을 걷고 있으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중에는 소위 사업이란 것에 성공하게 될까 봐 두려워하게까지 되었다.
비록 하느님의 말씀을 취급하는 사업이라도 장삿속에 따르는 저주는 피할 수가 없는 것이다.
P.111
항해하는 사람이나 도망 노예가 항상 북극성을 지켜보듯이 우리는 어떤 수학적인 점에 의해서만 방향감각을 유지할 수 있다. 그 점은 평생 동안 우리의 길을 가리켜주기에 충분한 지표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일정한 시일 안에 항구에 도착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올바른 진로에서 벗어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P.112
신념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디서나 똑같은 신념으로 협력을 하려들 것이며, 신념이 없는 사람은 그가 누구와 함께 일하든 대부분의 세상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대충 살아가려고 할 것이다. 협조한다는 것은 가장 높은 의미에서든 가장 낮은 의미에서든 생을 같이하는 것을 뜻한다.
P.115
변질된 선행에서 풍기는 악취처럼 고약한 냄새는 없다.
P.119
내가 사람에게서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은 그 사람의 정직성과 자비심이 아니다. 이것들은 식물로 말하면 줄기와 잎사귀 같은 것들이다. 푸름이 시든 식물은 병든 사람의 차를 끓이는 것 같은 천한 용도에는 쓰이며 주로 엉터리 의사들의 애용품이 되어버린다.
나는 사람의 꽃과 열매를 원한다. 나는 사람에게서 어떤 향기 같은 것이 나에게로 풍겨오기를 바라며, 우리의 교제가 잘 익은 과일의 풍미를 띠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의 ‘착함’은 부분적이거나 일시적인 것이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끊임없이 흘러넘치되 아무 비용도 들지 않고, 또 그가 깨닫지 못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것은 많은 죄를 덮어주는 은전과도 같은 것이어야 한다.
P.121
우여곡절 끝에 당신이 어떤 자선 행동을 하게 되었다면,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알지 못하도록 하라. 그것은 알 가치가 없는 것이다.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한 다음에는 묵묵히 구두끈을 매라. 숨을 돌린 다음에는 당신이 하고 싶은 어떤 자유로운 일에 착수하라.